현재 위치
  1. 게시판
  2. BLOG

BLOG

이브 더 알아보기

  • 돌기형 콘돔만 한 게 또 없지요.

    오늘의 주제는 돌출형 콘돔입니다. 하고 많은 이야깃거리 중에 왜 '돌출형 콘돔'을 주제로 가져왔을까요? 바로 잘 알려져 있음에도 생각보다 잘 다뤄지지 않은 것이 이 돌출형 콘돔이기 때문이에요. 그럼 돌출형 콘돔은 무엇인지, 돌출이라고 하니 안 써본 사람 입장에서는 뭔가 어마어마할 것 같은데 도대체 얼마나 돌출되어 있는 건지, 어떤 상황에서 돌출형을 사용하면 좋을지 등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돌출 돌출이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떠오르나요? 돌출의 사전적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 명사 l 예기치 못하게 갑자기 쑥 나오거나 붉어짐. ​ 이 뜻만 보면 돌출형 콘돔이 무엇인지 감이 잘 안 잡힐 수도 있습니다. 돌출형 콘돔은 상품마다 모양이나 크기도 다 약간씩 다르지만, 대개는 작은 돌기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콘돔 겉면에 오돌토돌 돌출되어있는 그런 콘돔을 말합니다. 돌돌돌, 이제 좀 감이 오시죠? ​ 인간지사 하나의 기능성 제품을 개발했다고 그 제품만 계속해서 쓰고 싶지 않아 다양한 변용품을 만들듯이 콘돔도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처음 돌출형 콘돔을 생각한 사람은 피임효과가 있고 여러 성병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이 훌륭한 물건(?)이 그저 그 기능만 하기에는 아쉽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 돌출, 뭔가 무서운 거 아니야? 저는 처음 돌출형 콘돔을 어느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봤을 때가 떠오릅니다. 돌출형은 뭔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섹스 체위나 일반형 콘돔보다는 상상하기가 힘들었는데요. 그래서인지 호기심에 돌출형 콘돔을 검색하고서는 깜짝 놀랐습니다. 생각보다 돌기라는 것이 무섭고 가학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그렇게 일반형 콘돔만 몇 년을 내리 사용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왜 나는 그냥 콘돔만 사용하고 있었지? 애인에게 다른 콘돔도 사용해보자고 제안해보자.' ​섹스를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그저 다양한 체위를 시도해본다든가, 집안 분위기를 바꾼다든가 하는 것에 한정 지었던 거죠. 분명 섹스에 변화를 주는 것에는 콘돔을 다양하게 사용해보는 것도 포함되는데 말이에요. 이런 걸 깨닫고 나니 궁금해서 향이 있는 콘돔, 사정지연 콘돔, 굴곡이 있는 콘돔 등등을 사용해보기 시작했습니다. ​ 분명 돌출형 콘돔에 대한 마지막 기억은 '너무 그로테스크해!!'였는데, 실제로 돌출형 콘돔을 구매해서 포일을 뜯어보았을 때 제가 잘못 산 건 아닌지 하고 다시 한번 콘돔 포일을 확인하는 과정을 겪었죠. 지금 와서 보면 그때 편의점에서 구매했던 콘돔 말고도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돌출형 콘돔은 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밋밋했어요. 이게 과연 느낌이 더 좋을까? 싶었죠. ​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는 이 글에서 나오는 돌출형 콘돔을 '요철식 특수콘돔'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돌출형 콘돔은 제가 말한 기괴한 콘돔도 분명 있지만 그런 콘돔을 만드는 제조사들은 그런 콘돔이 인체에 해를 가하는지에 대한 테스트나 소재 자체에 대한 테스트 자료 등을 제공하지 않아서 그런지 식약처의 허가가 난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편의점이나 드럭스토어, 약국 등에서는 제가 말한 상대적으로 밋밋한 돌기의 콘돔만 판매하고 있죠. 편의점이나 드럭스토어, 약국에서 파는 콘돔은 제품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토대로 식약처의 검증을 거친 안전한 제품입니다. 실제로 너무 돌기가 크면 질에 상처가 날 수도 있구요. 우리 가끔 함께 해봐요. 무서운 게 아니라니, 그렇다면 이 콘돔은 너무 시시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콘돔을 고를 때 굳이 돌출형 콘돔을 사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겠죠. 하지만 저는 한 번씩 때가 오면 돌출형 콘돔을 꼭 사용해보시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먼저 제 동료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 저와 함께 일하는 동료는 돌기가 덜한 A콘돔과 돌기가 조금 더한 B콘돔을 사용하면서 인상 깊었던 사례를 저에게 들려준 적이 있습니다. (물론 둘 다 제가 계속 언급한 시중에 판매되는 상대적으로 '밋밋'한 그런 콘돔이었습니다) 동료는 A콘돔을 사용했을 때 아팠던 기억이 있어 그 후 한동안 돌출형 콘돔을 사용하기 꺼렸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다들 극찬하는 B콘돔에 대해 듣고 호기심이 생겨 B콘돔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웬걸, 분명 전에 아팠던 A콘돔보다 돌기가 조금 더 도드라져있는 B콘돔은 쓰면서 하나도 아프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히려 돌기의 느낌이 자극돼서 더욱 부드럽고 즐거운 섹스를 할 수 있었죠. ​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왜 작은 돌기인데도 불구하고 어떨 때는 너무 민감해서 아프고, 어떨 때는 조금 더 큰 돌기더라도 아프기는 커녕 좋기만 한 것일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할 수 있습니다. 도티드를 누구와 사용하느냐, 당시의 분위기는 어땠는가, 사용하기 전에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가, 그 중간에 부드럽게 스치듯 한 키스는 몇 번이나 있었는가 등이요. 돌기가 아무리 작아서 이게 과연 느껴질까에 대해 의문이 들더라도 피곤하고 지친 상태에서는 극도로 민감해져 돌기가 아프게 느껴질 수도 있죠. 어떤 날에는 매번 하는 섹스말고 또 다른 무언가는 없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 드는 - 심신의 상태가 충분히 좋은 그런 날에는 돌출형 콘돔이 그 어느 때보다 찰떡일 수가 있습니다. ​ 섹스할 때 나와 파트너의 '오늘'을 잘 살펴보세요. 오늘의 기분은 어땠는지, 오늘의 섹스에 앞서 어떤 생각들을 하고 지냈는지, 조금 더 자극을 느끼고 싶진 않은지 등등이요. 물론 더욱 즐겁고 deep한 섹스를 위해 서로의 몸상태는 어떤지도 확인해보면 좋겠죠? ​ 분명 돌출형 콘돔은 우리의 섹스에 오돌토돌한 활력을 더해줄 수 있는 콘돔입니다. 매번 편의점에서 습관처럼 끌리는 콘돔을 골라 구매하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때로 더 큰 자극과 무드를 위해 돌출형 콘돔을 써보는 건 어떨까요? ​ 세상에는 수많은 콘돔이 있지만, 오늘은 왠지 도티드 콘돔을 사용해보고만 싶은 날입니다. ​ 도티드 콘돔을 사용해보고 싶은 숨길 수 없는 내 마음과도 같은 노래 추천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합니다. 롤러코스터가 부릅니다. 숨길 수 없어요. ​ ⓒ상숙, EVE Marketer ​​   ​  <!-- /* Font Definitions */ @font-face {font-family:"MS Gothic"; panose-1:2 11 6 9 7 2 5 8 2 4; mso-font-alt:"MS ゴシック"; mso-font-charset:128; mso-generic-font-family:modern; mso-font-pitch:fixed; mso-font-signature:-536870145 1791491579 134217746 0 131231 0;} @font-face {font-family:"Cambria Math"; panose-1:2 4 5 3 5 4 6 3 2 4; mso-font-charset:0; mso-generic-font-family:roman; mso-font-pitch:variable; mso-font-signature:-536870145 1107305727 0 0 415 0;} @font-face {font-family:"맑은 고딕"; panose-1:2 11 5 3 2 0 0 2 0 4; mso-font-charset:129; mso-generic-font-family:swiss; mso-font-pitch:variable; mso-font-signature:-1879048145 701988091 18 0 524289 0;} @font-face {font-family:"\@맑은 고딕"; mso-font-charset:129; mso-generic-font-family:swiss; mso-font-pitch:variable; mso-font-signature:-1879048145 701988091 18 0 524289 0;} @font-face {font-family:"\@MS Gothic"; panose-1:2 11 6 9 7 2 5 8 2 4; mso-font-charset:128; mso-generic-font-family:modern; mso-font-pitch:fixed; mso-font-signature:-536870145 1791491579 134217746 0 131231 0;} /* Style Definitions */ p.MsoNormal, li.MsoNormal, div.MsoNormal {mso-style-unhide:no; mso-style-qformat:yes; mso-style-parent:""; margin:0cm; margin-bottom:.0001pt; text-align:justify; text-justify:inter-ideograph; mso-pagination:none; text-autospace:none; word-break:break-hangul; font-size:10.0pt; mso-bidi-font-size:12.0pt; font-family:"맑은 고딕",sans-serif; mso-ascii-font-family:"맑은 고딕"; mso-ascii-theme-font:minor-latin; mso-fareast-font-family:"맑은 고딕"; mso-fareast-theme-font:minor-fareast; 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 mso-hansi-theme-font:minor-latin; mso-bidi-font-family:"Times New Roman"; mso-bidi-theme-font:minor-bidi; mso-font-kerning:1.0pt;} span.se-fs-fs15 {mso-style-name:se-fs-fs15; mso-style-unhide:no;} span.se-fs-fs19 {mso-style-name:se-fs-fs19; mso-style-unhide:no;} span.se-fs- {mso-style-name:se-fs-; mso-style-unhide:no;} .MsoChpDefault {mso-style-type:export-only; mso-default-props:yes; font-family:"맑은 고딕",sans-serif; mso-ascii-font-family:"맑은 고딕"; mso-ascii-theme-font:minor-latin; mso-bidi-font-family:"Times New Roman"; mso-bidi-theme-font:minor-bidi;} .MsoPapDefault {mso-style-type:export-only; text-align:justify; text-justify:inter-ideograph;} /* Page Definitions */ @page {mso-page-border-surround-header:no; mso-page-border-surround-footer:no;} @page WordSection1 {size:595.0pt 842.0pt; margin:3.0cm 72.0pt 72.0pt 72.0pt; mso-header-margin:42.55pt; mso-footer-margin:49.6pt; mso-paper-source:0;} div.WordSection1 {page:WordSection1;} -->

    EVE 2019-10-16
  • 오가르슴을 느낀다는 건 천사가 내게 오는 기분이야

    제목부터 오르가슴을 이야기한다면 깜짝 놀랄듯하여 약간 비틀어 보았습니다. 오르가슴을 조금 더 쉽게 풀이하자면 '성적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르가슴에 다다랐을 때의 그 기분과는 대조되게 이 단어를 듣고 화들짝 놀라 할 사람이 천지 태반인데요.​그만큼 오르가슴은 그 자체만으로도 고귀한 것이며, 한 번 오르가슴을 느낀 이상 다시 이 기분 없는 삶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무엇을 준다고 해도 안 돌아갈 것이라는 사람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죠.​그렇다면 오르가슴은 무엇이고, 왜 사람들이 오르가슴을 그렇게 느끼려고 하는 것이고,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으며 또한 어떤 방법으로 오르가슴에 다다를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러한 이야기들에 대해 담담하게 다뤄보려고 합니다.​​오르가슴Oxford Dinctionary에 따르면, 오르가슴(orgasm)이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a climax of sexual excitement, characterized by feelings of pleasure centered in the genitals and (in men) experienced as an accompaniment to ejaculation.​즉, 성적 흥분의 절정을 말합니다. 생식기에 여러 즐겁고 좋은 감정이 모임으로 인해 특징지어지며, 남성의 경우 오르가슴은 사정과 동반되는 것이 보통이죠. 물론 사정을 할 때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남성은 드물지만, 사정하지 않아도 오르가슴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킨제이 성 보고서*에는 80-90%의 여성이 삽입 후 15분 이내에 오르가슴에 도달한다고 적혀있습니다. 즉, 15분 정도의 짧은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여성은 만족스러운 오르가슴이 가능한 것입니다. 남성은 한 번의 성교로 한 번의 오르가슴을 느끼게 되고, 중간에 휴지기를 가진 후 다시 오르가슴을 느끼게 되지만, 여성은 한 번의 성교로도 쉼 없이 여러 번의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멀티오르가슴을 가질 수도 있다고 보고서에 서술되어 있습니다.***여기서 '80-90%'는 보고서의 관측 대상 중 오르가슴을 경험한 여성 중 80-90%를 뜻함.**출처: 여성오르가슴vs남성오르가슴, <보건뉴스>, 2019. 1. 30, http://www.bokuennews.com/news/article.html?no=171271​이쯤 의문이 드는 점은 바로 '오르가슴'과 '오르가즘' 단어의 차이일 텐데요. orgasm은 프랑스어에서 기원한 단어로, 외래어 표기법상 '오르가슴'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즘'으로 끝나는 단어가 워낙 많다 보니(리얼리즘, 포스트모더니즘, 로맨티시즘, 매너리즘, 볼셰비즘, 미니멀리즘 등등 셀 수 없이 많죠) 통상적으로 오르가즘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사용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영화 < When Harry Met Sally... >의 한 장면. 실제 오르가슴을 느끼는 장면은 아니고 샐리가 오르가슴을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게 오르가슴인지 모르겠어요 🤔다들 오르가슴, 오르가슴 하지만 실제로 오르가슴이 무엇인지 감이 안 오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조급해할 필요가 없어요. 왜냐하면 오르가슴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죠. 오르가슴을 정확히 어떤 느낌이라고 형용하기는 힘들지만,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바로 그 기분을 느끼면 '아, 이게 오르가슴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짜릿한 그 순간은 은은하고 길게 지속될 수도 있고, 강렬하게 끝날 수도 있습니다. 절정의 순간 느낀 기분도 여러 가지고 다 같은 '오르가슴'의 범주 안에 넣어줄 수도 있겠지만, 또 그 기분이 100일 때도 있고 1,000일 때도 있을 테니까요. 어제는 머리끝이 폭주할 것처럼 기분이 좋았지만, 오늘은 어제의 느낌만큼은 아니어도 - 그래도 '넘나 좋다' 싶은 것이 바로 오르가슴입니다.​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이브 직원들이 오르가슴을 느꼈을 때 어땠는지 소감을 가져왔습니다.긴가민가하신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참고로 저는 온 세상이 제 손아귀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오르가슴에 다다른다는 것섹스나 자위가 오르가슴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오르가슴을 느끼는 데 섹스나 자위가 꼭 충분조건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섹스나 자위가 오르가슴으로 가기 위한 방법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죠. 대개는 자위나 섹스를 통해서 느낄 수 있지만 그 외 다양한 방법으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수많은 방법론을 담은 영상과 책, 칼럼이 즐비합니다. 오르가슴을 한 번 느낀 적이 있으나 그 뒤에 어떤 방법을 시도해봐도 '그때 그 느낌'을 경험하지 못한 분들이라면 이런 미디어를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물론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좌절할 필요는 없어요. 중요한 것은 내가 내 신체를 잘 탐구하는 것과 더불어 내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잘 파악하는 것입니다. 만약 자위행위를 하거나 파트너와 섹스를 할 때의 행위 자체가 일상의 만족도를 더욱 업그레이드시켜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 과정에서 오르가슴을 만날 수도 있는 것이고요.​마지막으로 10년 전에 올라온 TED 영상 하나를 소개하고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이 영상은 무려 1124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는데요, <Bonk>의 저자이자 대중과학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유명 작가 Mary Roach의 테드 강연입니다. 10년 전에 찍은 영상이라 보신 분이 많을 수도 있지만 지금 들어도 흥미로운 내용이 많은 만큼 공유합니다.​오르가슴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며 아직도 우리가 살면서 파헤쳐 나가야 할 오르가슴의 진실은 많다는 걸, 잊지 않으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상숙, EVE Marketer​

    EVE 2019-10-16
  • [섹스는 글로 배워야한다] ep.10 섹스가 끝나고 난 뒤 [3]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연극이 끝나고 난 뒤’ 샤프 1988 ​ 뒤풀이에서 절대 틀면 안 되는 노래. 연극/연출/영화/방송 관계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노래. 그것은 바로 샤프의 ‘연극이 끝나고 난 뒤’다. 재즈피아노의 아련한 선율과 물기를 머금은 집시풍 보이스가 공연이 끝난 후에 찾아오는 특유의 허무함과 고독함을 잘 녹여냈다.(엄정화의 엔딩크레딧이랑 비슷한 감성이다)​공연과 무대는 화려하다. 그리고 공허하다. 이 넓다란 간극을 위로하는 자리를 흔히 ‘뒤풀이’라고 한다. 무대 위와 아래가 업무공간인 사람들에게 뒤풀이는 매우 중요하다. 기획회의는 빠져도 뒤풀이는 절대 빠져선 안 되는 게 관례다. 왜 그럴까? 무대 위 찰나의 쾌감 뒤에 찾아오는 허무함을 혼자서 견디긴 너무 벅차니까. 그 감정을 서로 마주 보고 위로하고 실타래처럼 엉긴 것들을 풀어내지 않으면 안 되니까. (무대 위에서 10년을 넘게 일했던 아티스트는 마약중독자 거나 현자거나 둘 중 하나라 카더라)​쾌감과 허무, 그 둘은 언제나 그렇게 정비례한다. 균형을 맞춰야 한다. 섹스 역시 그렇다.​침대 위라는 무대  여기 또 한쌍의 인간이 무대 위에 서 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육체로 누구보다 빠르고 격정적인 호흡으로 예술을 빚는다. 비비고 핥고 멈추고 힘준다. 귓가에 들리는 모든 소리들은 살갗이 부딪히는 소리와 불규칙한 숨소리와 울음 같은 신음이다. 그렇게 오래 시간이 지나고 무대는 클라이맥스에 오른다. 그리고 퍼진다. 숨죽였던 서로의 공연은 그렇게 끝난다. ​그제서야 주변의 소리가 들린다. 다시 탁상시계 소리도 들리며, 다시 옆집의 도어락 소리도 들린다. 하나였던 둘이 다시 분리되는 순간 본질적인 고독과 허무가 찾아온다. 그러나 이 업계는 유독 뒤풀이에 박하다. 뒤풀이는 고사하고 함께 무대를 만들었던 관계자에게 인사도 안한 채 쌩하니 사라지는 경우도 흔하다. 그 뿐인가, 무대 위의 흔적들을 끝나기가 무섭게 벅벅 닦아내곤 한다.(대부분 침대 옆 크리넥스 티슈가 사용된다)​섹스가 끝난 초저녁에 창밖에 어스름핀 네온사인을 보면서 바지에 다리를 넣고 건조한 웃음을 머금은 채 헤어진 경험이 있는가. 내 존재 자체가 한꺼번에 피어 올랐다가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아간 그 허무함을 느껴보거나 느끼게 해 준 적이 있는가. 과거 내 행동이 오버랩 된다면 당신을 이렇게 부르고 싶다. 업계 용어로 ‘같이 일 못할 사람’이라고.​여운까지 닦아내진 말아줘 섹스가 끝나고 난 뒤 에티켓은 매우 중요하다. 사정한 뒤 승리한 레슬링 선수마냥 몸을 뒤집어 가쁜 숨을 몰아 쉬는 A나, 국과수 탐사하듯 휴지로 몸을 닦아내며 화장실로 뛰어가는 B나 섭섭하긴 매한가지다. 깨끗하고 정갈한 몸상태인 것은 섹스하기 전으로 족하다. 섹스를 한 뒤에 바로 자리를 떠도 되는 상황이란 게 과연 있을까? 특수한 상황 몇 개를 꼽을 수있다. 천재지변이 일어나 침대를 당장 박차고 나와야 하는 상황. 어머니가 급체하셔서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들어 침대를 당장 박차고 나와야 하는 상황. 아까 저녁에 먹었던 까르보나라가 (유당분해가 잘 안되는 동양인의 체질 덕에) 대장의 이상증후를 일으킨 상황.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위 상황에 해당되는 것이 없다면 뒷풀이에 참석하자.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더워진 땀을 닦아주고 오래 껴안으며 무대의 여운을 나누자. 우리는 열정적인 무대를 뒤로 하고 진솔하게 서로와 교감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오늘의 공연이 성공적이었는지를 물어보지 말자. 무대 위에서 함께 움직였던 그 순간, 자체만을 서로 나누고 또 위로하자. 당신의 곁에서 숨을 고르고 있을 애인이 있다면, 섹스를 마친 뒤 여운을 쓰다듬을 기회가 있다면, 그 때 듣기 좋을 노래를 오늘도 하나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세상에오럴수가, EVE editor

    EVE 2019-09-18
  • [섹스는 글로 배워야한다] ep.09 섹스는 타이밍이다

    장마를 빌미로 연락이 닿았고 그 날따라 말이 잘 통했다. H가 요새 와인을 즐겨 마신다고 말하자 P는 집에 출장 기념으로 사 뒀지만 아직 따지 않은 벨기에산 와인을 언급했다. (이 문장에서 방점은 집에 있다)​‘(하필) 둘 다 평소 와인을 좋아했기 때문에’ 막차가 끊기기 1시간 전, 굳이 비좁은 P의 원룸에 무려 두 사람이 들어섰다. 실리와 명분이 양학선 체조마냥 균형잡힌 굿 타이밍이다. 낯선 공간 덕에 낯가림이 심해졌다. 무거워진 분위기를 의식한 P는 보디니 디캔팅이니 우스꽝스러운 와인 허세를 부린다. H가 낄낄 웃었다. 이 역시 적절한 타이밍이다. ​그때 뉴스에서 속보가 흘러나온다. 지금 창밖을 내다보면 60년 만에 돌아오는 슈퍼문을 볼 수 있단다. 하늘도 나의 편인 나이스 타이밍이다. 살짝쿵 알딸딸한 채로 함께 계단은 올라 옥상에 다다랐다. 평소보다 어깨를 더 가까이한 채 담배를 태웠다.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 눈이 있었다. 눈과 입을 함께 맞췄다. 그렇게 P와 H는 그날 섹스를 했다.  영화 같은 순간은 영화뿐이야  나홀로유럽여행의시발점.jpg 비포 선라이즈(본격 도시전설 환상 멜로)에 가까운 로맨틱한 하루, 누구나 한 번쯤 있었을거다. 타이밍이 척척 잘 맞았던, aka. ‘뭘 해도 되는 날’ 말이다. 문제는 우리의 인생에 그 되는 날이 몇 안 된다는 점이다. 비관적이게도 삶은 ‘안 되는 날’이 훨씬 더 많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감자탕을 먹지 않았을 텐데, (나한테는 엄청 보들보들하고 편하지만) 면이 헤진 팬티를 고르지 않았을 텐데, 할머니가 보내주신 형광 빛깔(Floral느낌의 컨츄리풍 까실까실이불 님이 생각하는 그거 맞다) 홑겹 여름 이불을 치웠을 텐데, 덜 마른 수건을 굳이 찬장에 넣어두지 않았을 텐데, 콘돔을 한 번에 뜯었어야 했는데, 그런 아쉬움이 밀려오는 순간이 훨씬 더 많다. ​그러나 지나간 버스에 손을 흔든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한번 잃어버린 타이밍도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다. ​시공간을 지배하는 자  섹스는 타이밍이다. 몇 시간, 아니 몇 분 전부터 알게 모르게 켜켜이 쌓인 인상과 감성들로 시작되고 또 마무리되는 게 섹스다. 그래서 우리는 섹스를 하기 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미세먼지나 교통체증이나 신진대사까지는 어떻게 내 맘대로 안되더라도, 적어도 내 집에서만큼은 ‘시공간을 지배하는 자’가 돼야 성공적인 섹스를 할 수 있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애인과 섹스를 염두에 둔 실내 데이트를 기획하고 있다면, 상대가 섹스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인테리어를 간단히 손봐 두는 것이다.​벽에 크게 걸려 있는 호적메이트(aka오빠누나형언니)의 사진을 보면서 섹스를 꿈꾸는 위인은 드물 것이다. 그 사람의 취향에 맞는 섹시한 노래를 미리 플레이리스트에 선곡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멜X 인기차트 TOP100은 섹스의 after나 ing이나 before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젤과 콘돔은 미리 베개 뒤에 두 세트 정도를 숨겨둔다. 이제 정말 서로의 우주를 나눠 가지려는 타이밍에 호다닥 서랍으로 달려가는 건 그야말로 갑분싸다. 애인이 오랄 섹스를 해 주는 타이밍에 미리 손을 위로 들어 콘돔을 뜯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것을 자세를 바꾸는 타이밍에 맞춰 스무스하게 끼운다.  물론 필자의 예시들을 모두 더한다 하더라도 정확하고 나이스하며 이견이 없는 ‘섹스 타이밍’을 매 순간 캐치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프로는 매번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수를 적게 하는 사람이다. ​“프로세스 줄이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호텔을 가 보면 침실 근처에 모든 용품들이 구비되어 있다. 500년이 넘는 장구한 기간 동안, 유수의 호텔리어들은 이 시공간에 모든 ‘섹스 최적화’를 일궈놓았다. 건조하고 물기 있는 각각의 티슈와 술과 물, 분위기에 딱 맞는 조도를 은은하게 내뿜는 조명이 손에 닿는 위치에 놓여 있으며, 다용도로 사용이 가능한(ㅎㅎ) 높이가 다른 두 베게, 취향을 타지 않는 이불과 디퓨저가 있다. ​이것만 해 둬도 반은 간다. 더 멋지고 비싼 가구로 집을 채우란 소리가 아니다. 딱 저만큼 상대와의 섹스를 준비하고 배려하자는 뜻이다. 얄궂은 타이밍의 섹스에서 승리하는 자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래서 더 행복해지길 바란다. 오늘도 섹스를 위해 시공간을 지배할 독자들을 위해 섹시한 노래를 하나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세상에오럴수가, EVE editor

    EVE 2019-09-11
  • [섹스는 글로 배워야한다] ep.08 인간은 도구를 쓸 줄 압니다만

    2012년 겨울, 창천동의 6평 남짓한 자취방에서 나와 애인은 윗옷을 벗었다. 한참 동안 어루만지며 서로의 조바심을 나눠 가졌다. 창문에 습기가 뿌옇게 서렸을 때 즈음 갑자기 애인은 침대 밑 수납공간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연두색 빛깔에 무화과 정도의 크기, 부드러운 고무 재질의 물건이었다. 버튼을 누르자 은은한 굉음과 함께 진동이 이불 위로 퍼졌다. 무화과의 떨림과 함께 내 마음도 떨렸다. ‘저 작은 무화과가 내 것을 완벽하게 대체해버린다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과 함께 마음이 떨렸다. (사실 기술력만 놓고 보면 대체되고도 남을 텐데… 참 패기로운 20대 초반이었다) 침대에 출연한 도구 하나하나에 마음을 졸이던 시절(a.k.a.흑역사)을 회상하며 오늘의 칼럼을 적는다. ​인간은 왜 섹스할 때 도구의 사용을 꺼리는가  선인장과 줄자가 나란히 곧추선게 참 멋집니다.jpg 이 불편함과 불안함의 기저에는 인간 본성이 맞닿아 있다. 나 외의 다른 것을 통해 애정과 사랑이 대체되지 않았으면 하는 원초적 본능, 나의 영역에 대한 보호본능이 도구에도 투영된다. 즉, 도구의 등장을 경쟁자의 출현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미디어(특히나 포르노)가 보여주는 자극적인 섹스도 한몫한다. 길고 긴 러닝타임 동안 다채로운 자세와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화면을 꽉 채우는 파워 섹스 마스터들은 육체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판타스틱한 오르가슴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이를 보면서 인간은 꿈을 꾼다.(혹은 악몽을 꾼다) 순수하게 내 육체만으로 애인을 대차게 만족시킬 줄 알아야 한다는 그런 꿈을 꾼다. 호접지몽이란 말을 덧붙이고 싶다.  D(도구)의 의지  요새는 정말 예쁘게 나온답니다. 섹스토이. 오르가슴이 한 번의 잠자리, 한 번의 체위, 한 번의 교감을 통해 찾아왔다면 그것은 행운이다(로또다). 그보다 더 즐겁고 황홀한 일이 있을까. 그러나 우리 모두 알고 있듯 행운은 매번 찾아오지 않으며 모든 섹스가 절정일 순 없다. 육체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치르는 샤워와 취침에도 딱 좋은 물 온도를 찾기 위해 수도꼭지를 매만지고 최적의 수면자세를 찾기 위해 온몸을 뒤척이는, 그런 예민한 육체를 가진 동물이 바로 인간이다. 하물며 섹스라고 다를까. 육체는 매번 황홀한 오르가슴에 오를 만큼 단순하지 않다. ​침대에 오르기 전, 머리를 딱 알맞은 각도로 맞대고 있었기 때문에, 별 뜻 없이 예매했던 프랑스 독립영화가 퍽 맘에 들었기 때문에, 손톱을 너무 깊게 깎았기 때문에, 어제 뜨거운 것을 먹다 입천장이 까졌기 때문에, 그런 순간의 여파들이 오르가슴을 만들어내거나 멀어지게 한다. 그래서 인간은 도구를 사용한다. 복잡하고 예민한 내 몸이 빠르고 쉽게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그렇게 되어 상대와 즐거운 시간을 나눌 수 있도록.  섹스에 있어 도구를 내 손에 쥔다는 것은 내 몸을 바로 알겠다는 의지이자 노력이며, 상대의 몸에 섹스토이를 댄다는 것은 함께 오르가슴을 찾아 보자는 제안이다. 행운에 찾기 위해 행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현명함이다. 도구의 사용은 그런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호모 파베르 : Homo faber  인간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경험과 쾌감을 위해 도구를 사용한다. 20kg가 넘는 산소통을 메고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세 달치 월세에 달하는 비용을 주고 아이폰을 구매한다. (뭐가 바뀐 건지 잘 모르겠는 IOS 유저의 변) 그야말로 도구를 사용하고 사랑하는 동물, 호모 파베르다.  인간이 돈을 들여 어떤 물건을 개발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호모 파베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우리는 침대 위에서도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섹스를 말하고 나누는 것을 넘어 사용하고 즐겨야 한다. 그것은 상대를 배제하는 것이 아닌 배려하는 것이다.(센스있고 섹시한 느낌이기도 하다) ​무화과가 덜덜 떨리는 것만큼, 그렇게 ‘몸 떨리는 기쁨’이 침대 위에서 더 많아졌으면 한다. 당신의 잠자리에 큰 떨림이 있기를 기대하며, 살 떨리는 여름 노래를 하나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세상에오럴수가, EVE editor

    EVE 2019-09-04
  • [섹스는 글로 배워야한다] ep.07 땀이 많았던 어느 여름날

    젖은 솜처럼 몸이 무거운, 그런 오후가 있다. 업무가 많았고 날씨는 꿉꿉하다. 배에 포만감이 가득하지만 마음은 아니다. 피부는 번들대고 끈적하다. 지하철에서 부득이하게 살이 맞닿은 이들에게 분노가 치민다. 바야흐로 여름이다. 불쾌지수가 상승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더운 날은 그렇다. 모든 것들이 귀찮고 더부룩하다. 그런데 딱 한 가지, 더 섹시해지는 구간이 있으니(말해 무엇 하나) 그것은 바로 섹스다. 다분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자신 있다. 오늘은 여름날의 섹스에 대해, 그 짙고 무더운 에로티시즘에 대해 적어본다. 한 여름밤의 꿈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스-페셜한 방법을 알고 있는데 궁금하지 않아?”“우리 냉장고 문 열어 두고 해볼까?”초복이 다가올 때쯤 수많은 섹스 칼럼니스트들이 한랭의 섹스 팁을 쏟아낸다. 식약처나 환경보존단체에서 보면 깜짝 놀랄 내용(얼음과자는 입으로 먹는거고 냉장고는 빨리 닫아야 하거늘! AET헴!)이 즐비하게 쏟아지는 걸 보면 확실히 여름은 섹시한 계절인가 보다. 나만 그런 게 아닌 것이, 구글에 섹스를 검색하는 빈도는 다른 계절에 비해 여름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한다. 왜일까? 낮이 길어지고 더 많은 햇볕을 쬐었던 것이 한몫할 것이다. 햇빛은 다량의 세로토닌을 만들어내고 세로토닌은 열정과 흥분을 만들어낸다. 겨우내 우울하고 웅크려졌던 우리의 육체는 비로소 여름에 만개한다. ​루프탑 위에서 만끽하는 한 잔의 미도리 샤워로 체온을 낮춘다. 그리고 딱 그 순간에 낮아진 체온만큼 타인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같이 낮아진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가장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한여름밤의 꿀(X) 한 여름밤의 꿈(O)​그뿐인가, 무거운 뙤약볕을 피해 입은 반바지와 민소매는 정직하고 명료하다. 심리학자 니콜 프로즈는 “사람이 옷으로 몸을 감싸고 있으면 서로의 사인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렇기에 노출이 많은 여름에는 이성을 살피게 될 수밖에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지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그야말로 한껏 달아오른 계절이 바로 여름이다. 여름 찬양에 문단의 반을 소비했지만 어쩔 수 없다. 여름은 섹시하다.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보증한다. 그 많은 계절 중 ‘한 여름밤’을 콕 집어 불멸의 희극을 만들었으니까. 체취에 취하다  체취가 느껴지는 차일디시 감비노스러운 흑백사진.jpg 애인의 체취와 호흡은 여름밤에 더욱 농밀해진다. 습기가 뿌옇게 서리고 촉촉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맞닿은 콧방울부터 깍지 낀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에 모두 땀이 흥건하다. 상대의 더운 입김이 느껴진다. 그리고 온 방 안이 상대방의 냄새로 가득 찬 듯하다. 절정에 올랐을 때의 피부는 마치 수막(水膜)에 덮인 듯 미끄럽다. 한참을 어루만지며 생각한다. 이대로 잠시 죽어도 괜찮겠다고. 그중에서도 체취는 여름밤에 더욱 특별해진다. 체취는 곧 우리 편에 대한 구별이다. 사랑이라는 영역에서 피아식별을 가능케하는 가장 확실한 잣대다. 면역 관련 유전자가 자신과 다른 인간에게 호감을 느끼게끔 우리는 진화했다고 카더라. (궁금하면 검색창에 ‘체취, 호감’이라고 적어보시라) 인간의 땀 분비샘이 다른 영장류보다 많은 건 이 때문이 아닐까. 여름은 그토록 원시적이고 원초적이다. 태고의 모습을 가장 충만하게 만끽할 수 있다. 분위기에 취하고 체취에 더 취한다. 더티 러브 : 너에게만 허락한 모습  서로의 체취에 취한 여름밤이 되시길.jpg 분명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깔끔하고 정갈한 섹스를 좋아할 수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여름날의 무더움이 무거움으로 느껴지겠지. 그러나 가끔은 땀을 한 바가지 쏟아내는 섹스를 해보길 권장한다. 그때는 애정과 애착 너머의 것을 마주하게 된다. 섹스는 때로 고독, 침묵, 극단과의 대면, 즉 죽음과 대면케 한다. 그리고 그걸 보여줄 수 있는, 공유할 수 있는 상대에게 처절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섹스가 깨끗하고 보송보송할 필요는 없다. 섹스가 좋은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나의 가장 원시적인 모습을 상대와 점유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그 안도감과 유대감은 여름에 가장 크게 증폭될 것이다. 문대며 질척이며 더운 숨을 토할 여름밤의 섹스를 기원한다. 여름밤, 애인과 발가락을 맞대고 와인을 마실 때 듣기 딱 좋은 재즈를 첨부하며 글을 마친다.  @세상에오럴수가, EVE editor

    EVE 2019-08-28
  • [섹스는 글로 배워야한다] ep.06 속궁합의 속 이야기

    “이 남자가 정말 꼴 뵈기 싫을 때도, 함께 맞춰볼 때는 '어머 죽어도 좋아'라는 게...”-희극인 안영미 그 답다. B급정서 가운데 핵심을 꿰뚫는다. 말을 나눌 땐 미워 죽겠던 웬수가 숨을 나눌 땐 은인으로 둔갑하는 마법. 일전에 은평구에 사시는 정인창 여사님(필자의 외할머니)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은 겉만 봐서는 통 모른다. 속이 솔찬히 꽉 찼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혀. 그게 만두랑 사람의 공통점인겨.” ​오늘 칼럼은 바깥이 아닌 속에 대해 적어보겠다. 유사이래 가장 유서 깊은 딜레마, 속궁합에 대하여. 살결만큼 중요한 심결   살이랑 마음이랑 뭣이 중헌디.jpg​국어사전에 등재된 속궁합의 정의는 이렇다. ​'혼인할 남녀의 사주를 오행에 맞추어 보아 부부로서의 좋고 나쁨을 알아보는 점'. ​사주와 오행과 점괘라니, 참으로 케케묵었다. 그러나 곱씹을수록 신선하다. ​선조들은 속궁합을 그저 ‘성적 어울림’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역술을 바탕으로 한 연인간의 정신적 조합에도 많은 관심이 있었다. 놀랍지 않은가? 이조시대부터 그들은 대체 뭣이 더 중헌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은 부딪히는 살결보다 동(動)하고 통(通)할 심(心)결을 더 중히 여겼다. ​줄리와 에밀리 이야기  연트럴파크에 앉은 줄리와 에밀리.jpg​궁합에 있어 결은 매우 중요하다. 결이라니? 말하자면 섹스의 취향이다. 두 사람을 예로 들어보겠다. 줄리는 투사다. 타란티노의 영화를 좋아하며 여름에도 닥터마틴 워커를 즐겨 신는다. 홀로 정처없이 떠도는 국내여행을 좋아한다. 곰팡이 냄새나는 반지하 술집에서 혼자 칵테일을 마시는 게 취미다. ​에밀리는 몽상가다. 마블과 디즈니를 좋아하며 윤기나는 테슬로퍼를 즐겨 신는다. 친구들과 함께 다달이 모은 월급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게 낙이다. 볕 좋은 카페에서 혼자 문학을 읽는 걸 즐긴다. ​그런 둘이 만났고 깊게 빠져들었다. 줄리와 에밀리는 영화를 좋아하고, 가죽소재의 신발을 즐겨 신으며 여행을 다니고, 혼술 혼밥을 즐긴다는 점에서 매우 닮았다. 밤새 얘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다. 그리고 줄리는 에밀리의 조바심을 빼앗아 주었다. 그런데 말만큼 몸이 잘 맞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둘은 유독 섹스에 있어서는 잘 맞지 않았다. 에밀리는 밝고 청명하며 환희로 가득찬 섹스를 꿈꿨고 줄리는 섹스를 통해 죽음을 유보하는 감정, 즉 멜랑꼴리를 추구했다. ​에밀리는 섹스 내내 간지럽고 달콤한 웃음을 입에 머금었고 줄리는 시종일관 미간에 힘을 주며 퇴폐성의 끝자락을 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가 길었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하다. 섹스에도 결이 있다. 그것은 정신적 교감이 잘 된다거나, 취향이 같다거나 하는 공통분모가 아니다. 그것은 섹스를 통해 얻고자하는 감성의 차이다. 충만한 원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도 있고, 다시없는 퇴폐의 늪에 빠지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이런 성향은 잘 드러나지 않으며 상대방에 따라, 그리고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때문에 상대의 평소 취향이나 성격을 통해 쉽게 섹스의 결을 짐작해선 안 된다.(척 보면 안다든가, 난 사람 잘 본다든가 그런거 다 허세다) 그 사람이 섹스에 있어 어떤 결을 가지고 있는지는 함께 밤을 지새우기 전까지는 모른다.(심지어 본인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대방이 섹스에 있어 어떤 감성을 지닌 사람이고 그를 통해 어떤 결과를 얻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얘기해보자. 그런 얘기를 하기 아직 부끄러운 사이라면 뭐 화이팅이다.) 불정확성은 인생의 묘미 속궁합은 사람 찾아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나에게로떠나는여행.buzz​물론 신체적으로 중요한 궁합도 있다. 섹스를 원하는 빈도수가 상호간에 얼마나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를 꼽을 수 있겠다. 사시사철 달리고 싶어하는 마라토너와 긴 나날 중 딱 한 번 전력으로 달리고 싶어하는 단거리 주자는 같이 운동하기 어렵다. (물론 이 예시는 이 둘이 오래오래 함께 달리고 싶은 연인일 때를 가정해서 하는 말이다) ​이 외에도 상대의 체취가 이상하리만큼 신경 쓰인다든가, 체급 차이가 너무 심하다든가, 신음소리가 웃기다든가 신체에 국한된 궁합의 나쁜예를 꼽자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러나 인간에게 있어서 ‘속’은 신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성과 감성이 있다. 어쩌면 몸의 궁합보다 정신적인 궁합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도 모른다.(어쩌면 전부일지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원하고 추구하는지 확실히 아는 것이다. 속궁합에 대해 적은 글인데, 섹스가 잘 맞기 어렵다는 마무리가 된 것 같아 서글프다. 그렇다. 원래 속궁합이란 건 잘 맞기가 힘들다.(만약 당신이 오르가즘 펑펑 행복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 그것은 기적이고 행운이다. 만끽하길!) 사랑하는 대상이 나와 맞지 않다는 건 언제나 시리고 아프다. 그러나 언제나 희망은 있다. 우리의 육체는 볼트와 너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빈도수의 상이한 차이를 제외한다면 육체는 노력의 영역이며 정신은 대화의 영역이다. 섹스 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가 나와 속궁합이 잘 맞을지에 대해 궁금해한다. 사전 파악을 위해 한잔의 와인과 선곡표를 놓고 질의응답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인간이 원래 그렇다. 시도해 보기 전에 결과를 알고 싶어한다. ​그러나 결과는 항상 상이하다. 그 부정확성을 인생의 묘미로 느끼는 사람과 리스크로 느끼는 사람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두 갈래의 결이 아마 섹스의 궁합을 가르는 데 큰 축이 된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세상에오럴수가, EVE editor

    EVE 2019-08-21
  • [섹스는 글로 배워야한다] ep.05 섹시한 음악 [1]

    영국인이 애용하는 공중파 ITV의 조사에 따르면, 1만 명의 커플 중 절반 이상이 섹스할 때 음악을 틀어 놓는다고 한다. ​접근은 신선했지만 결말은 시시하다. 영국에서 섹스할 때 음악을 듣지 않는다면 지구상 그 어느 곳에서도 음악은 들리지 않을 테니까.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아델, 존 레논과 샘 스미스가 노래했던 곳이니까. (영국가락에 지나친 빠심이 들어간 문장임을 ㅇㅈ하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진짜 궁금한 건 섹스를 할 때 음악을 틀어 놓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가 아니다. 정말 궁금한 것은 그들이 대체 무슨 노래를 틀어 놓고 섹스를 하는지, 정말로 그게 효과가 있는지, 그거 아닐까? ​오늘의 칼럼. 적는다. 섹스와 음악. 기민하고도 어색한 상관관계에 대해. 드랍 더 비트. 멜로디와 가사는 ‘취존’입니다  널 가졌다는게 느껴지면 이리와, 이리와, 우, 베이베 - feat.마빈게이​검색하면 많이 뜬다. 적절한 브금 선정을 통해 성공적인 잠자리를 가졌던 이들의 추천 플레이리스트들이 화면을 수놓는다. 그 중 대부분의 에디터가 상위권으로 꼽는 ‘야한 노래’가 있는데, 그것은 마빈 게이(marvin gaye)의 ‘lets get it on’이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저질러 버리자며 속삭이는 마빈의 목소리는 수많은 잠자리에 도움닫기가 되었다고 카더라. (이 글을 읽으며 한번 들어보시길) 그러나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노래가 그다지 섹시하지 않았다. 가사는 끈적였지만 멜로디가 너무 느끼하고 가벼웠다. 너무 대놓고 각오한 느낌이랄까. 노래를 틀었을 때 깔깔거리며 이런 노래는 어디서 검색했냐고 물어볼 애인의 얼굴이 선연하게 떠올랐다.​아무래도 멜로디와 가사를 통해 섹시함을 느끼는 것은 개인의 취향에 많은 영향을 받는 듯하다. 그러므로 인터넷을 통해 쉽게 섹스 추천음악을 골라서는 안되겠다. 파트너와의 대화를 통해 상대의 음악 취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검색으로 찾는 정보들은 불특정 다수들의 통계임을 명심해야 한다. 히사이시 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에미넴 노래를 틀어주며 키스를 시도하는 건, 아아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리듬에 몸을, 몸에 리듬을  그렇다고 섹스할 때 듣기 좋은 음악에 아무런 기준이 없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리듬이다. 인터넷에서 추천한 많은 플레이리스트들을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것은 너무 빠르지도 않고 너무 느리지도 않다는 것이다. 상상해보자. 폭발적인 속도로 달음박질하는 EDM을 잠자리에서 틀어 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120bpm의 속도에 걸맞은 엔딩을 보게 될 것이다. (토끼처럼 변해버릴지 모른다)​안돼요 형 넣어두세요 보여주지마세요.jpg 그럼 조성모의 노래를 틀어 놓는다면 어떨까?(ex. 가시나무) 쳐지는 리듬 사이에서 언제쯤 예열을 시작해야 할지, 언제쯤 본 게임을 시작해야 할지 참 애매하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진 둘은 결국 놓쳐버린 타이밍에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옷깃을 여밀 확률이 높다. (그리고 파트너는 이제 당신과 절대 잠자리를 갖지 않겠다고 ‘다짐’하겠지) (빠라바빠빠 빠밤 빠라라빠빠빠밤...) (조성모 안티가 아님을 밝혀두는 바입니다)​그렇기에 센슈얼한 도입부와 적당히 격렬한 리듬으로 구성된 음악이 좋다. 곡의 리듬을 들었을 때 당신이 나눌 섹스의 기승전결과 맞닿아 있다면 더욱 적절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재즈나 R&B를 추천한다. (재즈 Jazz가 단어 ‘Jass’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Jass는 "흥분시키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만약 그것도 어렵고 찾기도 쉽지 않다면 물어보자. 물어보는 것 만큼 쉽고 현명한 방법은 없다.(특히나 섹스에서는 더더욱)​그래도 라이브가 최고죠  여기까지 적다 보니 섹스에 있어 음악 선정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명반도 라이브를 이길 순 없다'는 사실 아닐까. ​내가 줄기차게 스트리밍 했던 음악을 실제 공연에서 들었을 때, 그 벅차오르는 감정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그렇다. 내 눈앞에서 날것으로 들리는 연주는 녹음된 음원과 차원이 다르다.​머리카락이 이불에 맞닿아 바스락거리는 소리, 상대의 고르고 떨리는 숨결, 단추를 풀고 함께 윗옷을 벗는 소리, 겨울날이라면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 여름날이라면 싱크대의 물 떨어지는 소리는 그 어떤 음악보다 아름답다. 정적과 집중 속에서 살이 부딪히고 땀이 미끌거리는 소리까지 선연하게 들리는, 그 라이브를 이길 수 있는 음악이 있을까? 비틀즈가 살아 돌아와 내 침에 앞에서 연주를 해 준다고 해도 애인과 만들어내는 그 원초적 선율을 이길 순 없을 것이다.“음악은 직관적인 소리로 인간을 사로잡는감성의 예술이자 이성의 산물이다. 감성과 이성이 만나 몰입을 경험할 때우리는 마침내 죽음을 초월한다.​그리고 섹스 역시 그러하다​연주를 마친 아티스트의 얼굴이 대개 그렇다. 상기된 얼굴과 땀에 젖은 얼굴. 만연한 감정을 느끼는 표정. 나는 이 세상 모든 커플들이 섹스를 마친 뒤 그런 얼굴을 했으면 한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연주였고 그를 통해 감동했다는 얼굴. 그런 아름다운 연주가 이 삭막한 도시에도 많이 피어나길 바란다. (그래야 이브의 매출도 오르...) 개인적으로 즐겨듣는 섹시한 노래 하나를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이름부터 제목까지 섹스칼럼의 마무리에 더할나위 없는 곡이다. @세상에오럴수가, EVE editor

    EVE 2019-08-14
  • [섹스는 글로 배워야한다] ep.04 게으른 섹스

    “흔들다리 건너기꼬여있는 프레첼게으른 여우다리미가 된 남자”모 잡지에 열거된 ‘애인을 가장 흥분케 하는 체위 TOP10’을 보면서 인디언 이름이 떠올랐다. 그 뒤로는 아무리 들이켜 봐도 작명 사유가 짐작되지 않는 칵테일 이름들이 떠올랐다.(오르가슴은 아무리 마셔도 오르가슴에 이르지 못하는 이상한 술이다)마지막으로는 실컷 웃었다. 관계 중 ‘자 이제 우리 꼬여있는 프레첼을 해볼까’, ‘난 다리미가 된 남자가 될거야’라는 말을 실제로 하는 커플을 떠올렸다. 실컷 웃었다. 그리고 허해졌다. (상상 속 커플의 얼굴들에 내 얼굴은 없었기 때문ㅇ…아…아닙니다)이 체위가 가능한부분인지.jpg 생경한 체위들 33개가 장황하고 디테일하게 열거되었던 본 콘텐츠는 ‘맨날 하는 식상한 섹스에서 탈피해 다양한 체위들을 시도해보세요. 이 중 10개도 못해본 당신은 혹시 구세대?’ 라는 문장으로 마침표를 찍었다.​그 갈무리에 왠지 모르게 맘이 허해졌다. (물론 10개에 못 미쳐서 허한 건 아니다. 33개를 다 해봐서 허한 것도 아니다) 생산성에 대한 강박이 섹스에까지 침범한 것 같아서, 아니 생산적이지 못한 섹스는 섹스가 아니게 된 것 같아서 그게 맘이 허했다.  생산성의 시대  바야흐로생산성의시대다.jpg​평양냉면을 강북에서 먹을까 강남에서 먹을까, 카페에서 책을 볼 건데 어디가 가장 안락하고 좋을까. 그런 고민을 안고 각종 어플과 블로그 후기들을 20분 이상 독파한 뒤 고심 끝에 결정 내린다면(혹은 내리지 못했다면) 당신은 현대인이 맞다. 우리는 모두 ​‘생산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일은 생계의 수단이 아닌 정체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었고, 게으르고 느린 것은 죄악이 되었다.   이 사조는 게을러도 괜찮았던 많은 것에 영향을 주었다. 느즈막한 것이 정성이자 미학이었던 요리는 15분 컷으로 대표되는 일류 셰프들의 곡예가 되었고, 100명 남짓한 악기가 동원되어야 했던 웅장한 교향곡들은 5개가 채 되지 않는 악기로 구성된 현대음악에 밀려나고 있다. 사실 뭐 괜찮다. 나도 3분 카레를 좋아하며 EDM을 사랑하니까. 현재의 풍조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만큼 나는 똑똑하거나 당당하지 않다.   그런데 생산성에 대한 강박이 닿아서는 안되는 곳까지 침투하고 있는 사실에 맘이 아프다. 어디냐고? (말해뭐해) 섹스.  게으르되 여유롭게 확실히 과거에 비해 섹스에 대한 인식은 넓어지고 편해졌다. 전보다 쉬쉬하지 않고 죄악시하지 않는다. 관련된 각종 팁과 보조도구들이 다양하게 소비되고 또 발화된다.  그런데 딱 그만큼 과거보다 여유가 없다. 여유가 없다는 것은 감성보다 이성이 먼저라는 뜻이다. 현대사회에서 섹스를 통해 가장 크게 얻고자 하는 골(goal)은 강렬한 자극이다. 가장 얇은 가장 황홀한, 이런 수식어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섹스를 떠올릴 만큼 우리는 ​‘생산적’인 잠자리를 원하고 또 꿈꾼다. 게으르고여유있어보이는개.jpg  나는 시대에 역행하는 사람인가보다. 에너지가 방출된 듯 한 섹스보다 몸 전체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모두에게 충만한 에너지가 차오르는 섹스가 더 좋다. 게으른 섹스가 생산적인 섹스보다 훨씬 더 좋다. 그런 섹스가 가능했던 순간은 현란한 체위들이 속도감 있게 진행됐던 경우가 아닌, 어스름이 내려앉은 오후에 상대의 언저리와 가장자리를 천천히 보듬었던 경우에 더 있었다. 몸이 충만하게 차오르는 것 같은 만족은 눈을 질끈 감고 표정을 구겼던 피스톤 운동이 아닌, 서로의 얼굴을 오래 마주보며 체온을 느꼈던 느즈막한 움직임에 있었다. ​  이름도 실천도 어려울 33가지 체위보다 상대방과 지루하리만치 오래 껴안고 있었던 순간에 그 무엇보다 소중한 안정감과 행복을 느꼈다. 섹스는 셈여림이 아닌 나타냄이다  섹시한악기사진을올려보자는팀장님의조언.jpg 애인과 더욱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기 위한 노력은 훌륭하다. 33가지가 아닌 108가지를 배우고 익히려는 모습 또한 멋지다. 그러나 그 노력은 방향이나 자세가 아닌 감성에 집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감성은 느즈막하고 오랜 관찰과 집중을 통해서 발견된다. 음악에 사용되는 용어에는 3가지 분류가 있다. 빠르기와 셈여림을 나타내는 용어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크레센도;crescendo(점점 세게)나 알레그로;allegro(빠르게)가 그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생경한, 그러나 더욱 중요한 분류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나타냄’을 지칭하는 용어다. 돌체;dolce(부드럽고 아름답게), 아마빌레;amabile(사랑스럽게)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나타냄’은 곡을 설명함에 있어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우리의 섹스는 셈여림이 아닌 나타냄이어야 한다.그래야만 독주가 아닌 앙상블이 가능할 것이다. 생산성의 강박이 일상의 많은 부분을 침범할지라도, 섹스만큼은 느리고 게으르게 놔둬야 한다.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가끔은 화려하고 강렬한 것이 아닌 여유롭고 게으른 섹스가 있길 바란다.​지저귀듯, 노래하듯, 칸타빌레.@세상에오럴수가, EVE editor

    EVE 2019-08-07
  • [섹스는 글로 배워야한다] ep.03 잘 하는 사람

    본 칼럼의 제목을 보고 무엇이 떠올랐는가? 주어가 없는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명확한 이미지와 메타포를 떠올렸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이 칼럼을 지속적으로 읽게 될 확률이 높다.(아니면 음란마귀가 씌었다든가...ㅎ)​씻으러갈기운도읎어요.jpg 한때 지인들 사이에서 잘 한다는 것의 정론은 ‘끝나고 바로 잠이 들었는가’였다. 더 이상 어떻게 반응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황홀한 상태에서 곯아떨어지는 것. 그럴 듯 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것은 결과론적인 평가일 뿐 무엇이 그런 상태를 이끌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생략되었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바로 그것. 무엇이 곯아떨어짐에 이르게 하냐는 것이다.​잘 한다는 것은 비범한 재능인가 아니면 후천적 노력인가. 더 잘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여, 잘 못하여 마음에 짐이 있는 자들이여 여기로 오라. 오늘은 인류사에서 빈부귀천에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갖고 있던 욕망에 대해, 무엇이 잘 하는 것인지에 대해 칼럼을 잘 적어보도록 하겠다. 섹스와 예술의 공통점섹스라는 장르에 룰은 없지만 평가는 꽤나 명확하다. 좋으면 좋고 나쁘면 나쁘며 애매한 건 애매하다. 그리고 그 평가는 나만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렇게 적고 보니 마치 예술평과 닮았다. 밀레 이삭줍는 여인들 Des glaneuses - François Millet예술을 평하는 감성은 당시의 정신적, 육체적 상태에 따라 손쉽게 뒤집힌다. 전투적인 야근들로 일상으로 채워나갔던 A씨는 우연히 마주하게 된 밀레의 ‘이삭줍는 여인들’을 보고 극도의 피로와 절망을 느꼈다. 그림에서까지 업무와 노동을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꿀연휴를 보내며 하루하루를 안식으로 채워나간 뒤 가을, A는 다시 본 밀레의 그림에서 전원적인 아늑함과 따뜻한 감성을 느꼈다. 똑같은 그림이었지만 당시에 컨디션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린 것이다.(이 비유는 근로자의 날 다음날에 제가 겪은 정신적 박탈감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팀장님..)​감성이란 그런 것이다. 은근히 나의 육체와 정신상태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바보야 문제는 집중력이야섹스 역시 그러하다. 감성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 날의 잠자리가 어떠했는가에 대한 기준은 사람에 따라, 타이밍에 따라 모두 다르다. 여기서 우리는 잘 한다는 것에 대한 첫번째 기준을 세울 수 있다. 그것은 ‘상대방이 느끼는 감성적 발현을 얼마나 예민하게 포착하는가’다. 이는 곧 섹스의 무드로도 연결된다. 상대의 감성과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그에 맞는 밤을 기획하는 것은 섹스에 매우 중요하다. (케켈운동과 비싼 술, 페로몬 향수가 답이 아니다)​집주우우웅력이 부족해.jpg​그리고 이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재능은 상대방에 대한 집중력이다. 저 사람이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요새 자주 듣는 음악은 무엇이며 먹고 싶어하는 음식은 무엇이고 계절이 변함에 따라 어떤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자료수집과 그에 적절한 대안을 출력하는 능력은 상대에 대한 집중력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것은 섹스의 퀄리티와 무관하지 않다.  이 ‘집중력’이라는 재능은 섹스가 시작된 이후에도 중요하다. 상대방이 언어적으로, 육체적으로 보여주는 반응을 민감히 알아차리고 그에 대한 대응을 영리하게 진행하는 것. 더 해야 할 때 그만하고 그만 해야 할 때 더 하는 것만큼 탄식을 자아내는 것은 없다. 맺고 끊어야 하는 것을 영리하게 알아차리는 사람은 낮이나 밤이나 매력적인 법이다. 잘 하는 것이란 잘 아는 것많은 사람들은 잠자리에서 얼마나 단단하고 우람한지, 얼마나 부드럽고 촉촉한지 그런 것에 신경을 할애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다. 육체적인 것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중요한건예술점수야 ;) 섹스가 오로지 기술점수로만 이루어지는 분야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가 더 크게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술점수다. 인간의 오르가즘은 육체만으로 손쉽게 이루어질 만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잘 한다는 것. 너무나 혹하게 들리는 매력적인 말이다. 그리고 그것에는 필연적으로 유려하게 움직이는 상대의 육체와 깊은 탄성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필자의 친구는 왜 헤어졌냐는 물음에 그렇게 답했다. 그것 빼고 다 안 맞았다고. 사실 잘 한다는 것은 잘 안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을 잘 알려고 노력했던 사람만큼 잘 하는 사람이 있을까? 잘 하는 사람이 아닌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할 것. 신체적인 쾌감의 포물선은 마음의 동함과 비례하는 법이니까. @imthekuProduced by evecondoms

    EVE 2019-07-31
  • [생리컵] 질 길이 재는 법, 한 눈에 알아보기

    #이브컵 #생리컵 #생리컵추천 #생리컵후기 #생리컵사용법 #질길이 #질길이재는법 #이브콘돔

    EVE 2019-07-26
  • [섹스는 글로 배워야한다] ep.02 오랄섹스의 역사와 의미 [7]

    *본 포스팅은 EVE 공식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되었던 섹스칼럼입니다.*이 칼럼에서는 네이버의 가혹한 규정상, 포스팅의 ㅇㄹㅅㅅ를 '오색랄스'으로 대체하오니, 바꿔서 읽어주시면 됩니다.​인간은 ㅅㅅ에 있어 가장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루틴을 즐기는 종 중 하나다. 왜냐, 오색랄스를 하기 때문이다.(보노보나 침팬치, 심지어 곰도 오섹랄스를 한다고 합니다!!)​즐기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분명 사랑의 행위를 하는 데 있어 혀와 입을 사용한다는 것은 독특한 의미를 갖는다. 이것을 어떻게 정의하고 활용해야 하는가. 오늘의 주제는 바로 오색랄스, 입으로 하는 행동임에도 평소 입에 잘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칼럼으로 적어보겠다. 입에 아무것도 담지 못했던 시절  오색랄스는 룰 브레이킹, 그야말로 변칙적인 행동이다. 만약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생식기를 입으로 즐기려는 용도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래서일까 역사 속에서 오색랄스는 삽입섹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거나 하위항목으로 취급되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오색랄스가 악마적 행위라는 종교적 미명하에 대대적인 금지를 당했던 시절도 있었다. / 출처: Reay Tannahill - "Sex in History")​클린턴을 쳐다보는 클린턴의 표정에서 딥빡이 느껴진다​근현대에 와서 오색랄스의 폄하에 가장 큰 일조를 했던 사건이 발생했다. 누군가의 잠자리가 역사에 족적을 남긴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당사자의 지위가 지위인만큼 행간의 주목을 받았던 사건이다.그것은 1997년 클린턴 미합중국 대통령의 '성 스캔들'이다.​당시 초등학생이었던 필자는 35인치 파나소닉 텔레비 속에서 업무 중 비서와 오색랄스를 했다는 사실을 담담히 고백하는 미국 대통령의 침통한 표정을 보았다. 꽤나 충격적이었다.​그때는 대통령이 비서와 간통을 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다른 의미로 더더욱 충격적이다. 그가 공식 석상에서 했던 멘트 때문이다. “나는 그녀와 성관계를 맺지 않았다.” 이 한마디를 통해 미국의 GDP와 섹스 인식은 반비례함이 증명되었다. 클린턴은 스스로 자국의 섹스담론을 퇴보시켰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이었던 그가 오색랄스와 섹스의 분절을 선포했기 때문이다.(지금이야 클린턴은 ‘힐러리’로 일컬어지지만 당시만 해도 클린턴은 ‘빌’이었다)​저 대사가 1000년전부터 이어져왔던 기독교 윤리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잃고 싶지 않아서 말했던 얕은 변명인지 알 수 없다.(케네디의 재림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똑똑했던 그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을 했을까는 아직도 의문이다)​세계 최강국의 엘리트지도자는 그렇게 섹스의 범위를 삽입섹스만으로 축소시켰다. 여러모로 망언이라고 평가한다. (과거 영국 선교사들이 후배위를 하고 있던 아메리칸 원주민들에게 자신들의 직업을 따온 체위(정상위:missionary position)를 강요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의 편협함이다) 가장 사적인 곳, 입  아주 최근에 이르러서도 오색랄스는 섹스와 분절된 채 인식되고 있다. 애인과의 섹스가 힘든 상황에서 우리는 ‘입으로 해줄까?’라는 말로 상대방에게 제안을 건넨다. 마치 오색랄스가 삽입섹스의 대안처럼 제시되는 것이다. 나는 이 발상에 의구심을 가진다. 섹스의 정의는 반드시 삽입 후 사정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인가.입은 식용의 목적을 포함하여 나의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다. 우리는 입으로 언어를 말한다. 그리고 그 언어를 통해 의지를 나타내고 감정을 표현한다. 입은 신체 중 가장 지적이며 스스로를 대변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그런 입이 상대방의 가장 비밀스러운 곳으로 향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어쩌면 상대를 번식의 대상이 아닌 애정의 대상으로 공표하는 행위는 삽입이 아닌 오색랄스일지도 모른다.룰은 없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그리고 그 무엇도 과하거나 얕지 않다. 그러나 무엇도 혼자 마음대로 할 순 없다.​한번의 눈맞춤으로도 충만한 오르가즘에 오를 수 있고 두번의 입맞춤으로도 평생 못다할 친밀감을 느낄 수 있으며, 삼십분을 넘게 서로를 애무하면서 죽음을 유보하는 숭고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명시적 동의, 상호존중, 피임(or 성병예방)외에 섹스에 룰은 없다. 오색랄스가 싫다면 하지 않으면 되고 오색랄스가 좋다면 당당하고 맘껏 요구하면 된다.​입을 말하기도 사용하기도 불편하고 쑥스럽다면 적어서 상대방에게 알려주자, 텍스트가 섹슈얼리티 자극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입증되었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성춘향과 이몽룡도 모두 글로 사랑을 나눴다. 대신 부모님께 들켜서 비극이 되었다...)섹스가 자유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그리고 그만큼 배려하고 지켜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바래본다. 갑갑했던 섹스관의 탈피가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고 또 행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의 칼럼을 마친다.@세상에오럴수가, EVE editor

    EVE 2019-07-24
이전 페이지
  1. 1
  2. 2
  3. 3
  4. 4
  5. 5
  6. 6
  7. 7
  8. 8
다음 페이지

뉴스레터 구독하기

매주 목요일, 성관계/월경/섹슈얼리티/환경/동물권/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보내드려요.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

스크롤-업!
스크롤-다운!

WORLD SHIPPING

PLEASE SELECT THE DESTINATION COUNTRY AND LANGUAGE :

GO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