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이 애용하는 공중파 ITV의 조사에
따르면, 1만 명의 커플 중 절반 이상이 섹스할 때 음악을 틀어 놓는다고 한다.
접근은 신선했지만 결말은 시시하다. 영국에서
섹스할 때 음악을 듣지 않는다면 지구상 그 어느 곳에서도 음악은 들리지 않을 테니까.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아델, 존 레논과 샘 스미스가 노래했던 곳이니까. (영국가락에
지나친 빠심이 들어간 문장임을 ㅇㅈ하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진짜 궁금한 건 섹스를 할 때 음악을 틀어 놓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가 아니다. 정말 궁금한 것은 그들이 대체 무슨 노래를 틀어 놓고 섹스를 하는지, 정말로
그게 효과가 있는지, 그거 아닐까?
오늘의 칼럼. 섹스와 음악. 기민하고도 어색한 상관관계에 대해. 드랍 더 비트.
멜로디와 가사는 ‘취존’입니다

널 가졌다는게
느껴지면 이리와, 이리와, 우, 베이베 - feat.마빈게이
검색하면 많이 뜬다. 적절한 브금 선정을
통해 성공적인 잠자리를 가졌던 이들의 추천 플레이리스트들이 화면을 수놓는다. 그 중 대부분의 에디터가
상위권으로 꼽는 ‘야한 노래’가 있는데, 그것은 마빈 게이(marvin gaye)의 ‘lets get it on’이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저질러 버리자며 속삭이는 마빈의 목소리는 수많은 잠자리에 도움닫기가 되었다고
카더라. (이 글을 읽으며 한번 들어보시길)
그러나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노래가 그다지 섹시하지 않았다. 가사는 끈적였지만 멜로디가 너무 느끼하고 가벼웠다. 너무 대놓고
각오한 느낌이랄까. 노래를 틀었을 때 깔깔거리며 이런 노래는 어디서 검색했냐고 물어볼 애인의 얼굴이
선연하게 떠올랐다.
아무래도 멜로디와 가사를 통해 섹시함을 느끼는 것은 개인의 취향에
많은 영향을 받는 듯하다. 그러므로 인터넷을 통해 쉽게 섹스 추천음악을 골라서는 안되겠다. 파트너와의 대화를 통해 상대의 음악 취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검색으로 찾는 정보들은 불특정 다수들의 통계임을 명심해야 한다. 히사이시 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에미넴 노래를 틀어주며 키스를 시도하는 건, 아아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리듬에
몸을, 몸에 리듬을
그렇다고 섹스할 때 듣기 좋은 음악에 아무런 기준이 없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리듬이다. 인터넷에서 추천한 많은 플레이리스트들을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것은 너무 빠르지도 않고 너무 느리지도 않다는 것이다.
상상해보자. 폭발적인 속도로 달음박질하는 EDM을 잠자리에서 틀어 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120bpm의 속도에
걸맞은 엔딩을 보게 될 것이다. (토끼처럼 변해버릴지 모른다)

안돼요
형 넣어두세요 보여주지마세요.jpg
그럼 조성모의 노래를 틀어 놓는다면 어떨까?(ex. 가시나무) 쳐지는 리듬 사이에서 언제쯤 예열을 시작해야 할지, 언제쯤 본 게임을
시작해야 할지 참 애매하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진 둘은 결국 놓쳐버린 타이밍에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옷깃을 여밀 확률이 높다. (그리고 파트너는 이제 당신과 절대 잠자리를 갖지 않겠다고 ‘다짐’하겠지) (빠라바빠빠
빠밤 빠라라빠빠빠밤...) (조성모 안티가 아님을 밝혀두는 바입니다)
그렇기에 센슈얼한 도입부와 적당히 격렬한 리듬으로 구성된 음악이 좋다. 곡의 리듬을 들었을 때 당신이 나눌 섹스의 기승전결과 맞닿아 있다면 더욱 적절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재즈나 R&B를 추천한다. (재즈 Jazz가 단어 ‘Jass’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Jass는 "흥분시키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만약 그것도 어렵고 찾기도 쉽지 않다면 물어보자. 물어보는 것 만큼 쉽고 현명한 방법은
없다.(특히나 섹스에서는 더더욱)
그래도
라이브가 최고죠

여기까지 적다 보니 섹스에 있어 음악 선정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명반도 라이브를
이길 순 없다'는 사실 아닐까.
내가 줄기차게 스트리밍 했던 음악을 실제 공연에서 들었을 때, 그 벅차오르는 감정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그렇다. 내 눈앞에서 날것으로 들리는 연주는 녹음된 음원과 차원이 다르다.
머리카락이 이불에 맞닿아 바스락거리는 소리, 상대의
고르고 떨리는 숨결, 단추를 풀고 함께 윗옷을 벗는 소리, 겨울날이라면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 여름날이라면 싱크대의 물 떨어지는 소리는 그 어떤 음악보다 아름답다. 정적과 집중 속에서 살이 부딪히고 땀이 미끌거리는 소리까지 선연하게 들리는, 그 라이브를 이길 수 있는 음악이 있을까? 비틀즈가 살아 돌아와 내 침에 앞에서 연주를
해 준다고 해도 애인과 만들어내는 그 원초적 선율을 이길 순 없을 것이다.
“
음악은 직관적인 소리로 인간을 사로잡는
감성의 예술이자 이성의 산물이다.
감성과 이성이 만나 몰입을 경험할 때 우리는 마침내 죽음을 초월한다.
그리고 섹스 역시 그러하다
연주를 마친 아티스트의 얼굴이 대개 그렇다. 상기된
얼굴과 땀에 젖은 얼굴. 만연한 감정을 느끼는 표정. 나는
이 세상 모든 커플들이 섹스를 마친 뒤 그런 얼굴을 했으면 한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연주였고 그를 통해
감동했다는 얼굴. 그런 아름다운 연주가 이 삭막한 도시에도 많이 피어나길 바란다. (그래야 이브의 매출도 오르...)
개인적으로 즐겨듣는 섹시한 노래 하나를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이름부터 제목까지 섹스칼럼의 마무리에 더할나위 없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