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의 제목을 보고
무엇이 떠올랐는가? 주어가 없는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명확한 이미지와 메타포를 떠올렸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이 칼럼을 지속적으로 읽게 될 확률이 높다.(아니면 음란마귀가
씌었다든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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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지인들 사이에서
잘 한다는 것의 정론은 ‘끝나고 바로 잠이 들었는가’였다. 더 이상 어떻게 반응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황홀한 상태에서 곯아떨어지는 것. 그럴 듯 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것은 결과론적인
평가일 뿐 무엇이 그런 상태를 이끌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생략되었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바로
그것. 무엇이 곯아떨어짐에 이르게 하냐는 것이다.
잘 한다는 것은 비범한 재능인가 아니면 후천적 노력인가. 더 잘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여, 잘 못하여
마음에 짐이 있는 자들이여 여기로 오라. 오늘은 인류사에서 빈부귀천에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갖고 있던 욕망에 대해, 무엇이 잘 하는 것인지에
대해 칼럼을 잘 적어보도록 하겠다.
섹스와 예술의 공통점
섹스라는 장르에 룰은
없지만 평가는 꽤나 명확하다. 좋으면 좋고 나쁘면 나쁘며 애매한 건 애매하다. 그리고 그 평가는 나만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렇게 적고 보니 마치 예술평과 닮았다.

밀레 이삭줍는 여인들 Des glaneuses - François Millet
예술을 평하는 감성은
당시의 정신적, 육체적 상태에 따라 손쉽게 뒤집힌다. 전투적인
야근들로 일상으로 채워나갔던 A씨는 우연히 마주하게 된 밀레의 ‘이삭줍는
여인들’을 보고 극도의 피로와 절망을 느꼈다. 그림에서까지
업무와 노동을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꿀연휴를 보내며
하루하루를 안식으로 채워나간 뒤 가을, A는 다시 본 밀레의 그림에서 전원적인 아늑함과 따뜻한 감성을
느꼈다. 똑같은 그림이었지만 당시에 컨디션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린 것이다.(이 비유는 근로자의 날 다음날에 제가 겪은 정신적 박탈감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팀장님..)
감성이란 그런 것이다. 은근히 나의 육체와
정신상태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바보야 문제는 집중력이야
섹스 역시 그러하다. 감성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 날의 잠자리가 어떠했는가에 대한
기준은 사람에 따라, 타이밍에 따라 모두 다르다.
여기서 우리는 잘 한다는
것에 대한 첫번째 기준을 세울 수 있다. 그것은 ‘상대방이
느끼는 감성적 발현을 얼마나 예민하게 포착하는가’다. 이는
곧 섹스의 무드로도 연결된다. 상대의 감성과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그에 맞는 밤을 기획하는 것은 섹스에
매우 중요하다. (케켈운동과 비싼 술, 페로몬 향수가 답이
아니다)

그리고 이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재능은 상대방에 대한 집중력이다. 저 사람이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요새 자주 듣는 음악은 무엇이며 먹고 싶어하는 음식은 무엇이고 계절이 변함에 따라 어떤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자료수집과 그에 적절한 대안을 출력하는 능력은 상대에 대한 집중력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것은 섹스의 퀄리티와 무관하지 않다.
이 ‘집중력’이라는 재능은 섹스가 시작된 이후에도 중요하다. 상대방이 언어적으로, 육체적으로 보여주는 반응을 민감히 알아차리고
그에 대한 대응을 영리하게 진행하는 것. 더 해야 할 때 그만하고 그만 해야 할 때 더 하는 것만큼
탄식을 자아내는 것은 없다. 맺고 끊어야 하는 것을 영리하게 알아차리는 사람은 낮이나 밤이나 매력적인
법이다.
잘 하는 것이란 잘 아는 것
많은 사람들은 잠자리에서
얼마나 단단하고 우람한지, 얼마나 부드럽고 촉촉한지 그런 것에 신경을 할애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다. 육체적인 것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섹스가 오로지 기술점수로만
이루어지는 분야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가 더 크게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술점수다. 인간의
오르가즘은 육체만으로 손쉽게 이루어질 만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잘 한다는 것. 너무나 혹하게 들리는 매력적인 말이다. 그리고 그것에는 필연적으로
유려하게 움직이는 상대의 육체와 깊은 탄성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필자의 친구는 왜 헤어졌냐는 물음에 그렇게 답했다. 그것 빼고 다 안 맞았다고.
사실 잘 한다는 것은
잘 안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을 잘 알려고 노력했던 사람만큼 잘 하는 사람이 있을까? 잘
하는 사람이 아닌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할 것. 신체적인 쾌감의 포물선은 마음의 동함과 비례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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